“어렵게 쌓은 원전기술, 다시 세계서 만개해야” 中企 대표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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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4.25. 오전 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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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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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토스, 탈원전으로 매출·인력 급감
“반도체·車처럼 국가 대표 산업 가능”

“대형 원전 건설 사업을 안전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수행할 기술력을 갖춘 나라는 한국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을 계기로 원전 생태계를 잘 키웠다면 분명 반도체, 자동차처럼 국가를 대표하는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을 겁니다.”

지난 23일 만난 발전소 전력 설비 시험 전문업체 파워토스(POWER TOS)의 유근수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탈원전으로 무너진 원전 업계가 회복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했다.

파워토스는 원전, 수력발전소, 화력발전소, 신재생발전소 등에 설치되는 보호계통 설비의 신뢰성 검증 시험을 주력으로 하는 중소기업이다. 보호계전기(Protection relay)는 전력기기 및 계통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단절해 고장이 확대되는 걸 막는 장치다. 발전소 내외의 발전·송전·배전 설비에 모두 설치되고 주기적인 검사가 필수다.

파워토스 직원들이 발전소 전력 보호계통 설비의 신뢰성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파워토스 제공

파워토스는 전력계통 신뢰성 검사 분야 국내 1위 업체로, 현재 고리·한울·새울·월성 원전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전체 직원의 3분의 1가량이 한국전력에서 관련 직무를 해봤다.

회사는 탈원전 기간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원전 사업 수주가 줄어 실적에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 2020년 파워토스의 원전 관련 매출액은 3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44%를 차지했다. 2년 뒤인 2022년에는 원전 매출이 11억원으로 줄었다. 원전 전력계통 신뢰성 검증 사업은 2년 주기로 계약하기 때문에 통상 실적에 늦게 반영된다.

지난 23일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에 있는 파워토스(POWER TOS) 사무실에서 만난 유근수(왼쪽) 파워토스 대표이사와 남재경 파워토스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정재훤 기자

원전 업계는 작년부터 국내에서 원전 사업이 재개돼 조금씩 활기를 찾고 있다. 정부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중심으로 신한울 3·4호기 보조기기 및 이집트·루마니아 수출 일감을 차례대로 발주하고 있다.

이날 파워토스 사무실 벽에 붙은 달력에는 신한울 원전을 포함한 다양한 국내외 발전소 출장 계획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회사는 올해부터 시작된 한국원자력산업협회의 ‘원전 기업 인증 제도’에서 1등급(골드)을 받으며 역량을 인정받았다. 남재경 파워토스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은 “탈원전 기간 직원수가 55명까지 줄어들며 사세가 기울었지만, 최근 일감이 늘면서 다시 72명까지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찾은 파워토스 사무실 벽면에 붙어있는 달력에 월간 일정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정재훤 기자

업계는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체코, 폴란드 원전 수출이 성사되길 바라고 있다. 남 사장은 “과거 한전 신입사원 시절 국내에 초대된 외국 기술자들을 쫓아다니며 자료나 정보를 빼내고자 첩보원 노릇까지도 했던 기억이 난다”며 “그렇게 밑바닥부터 쌓아 올린 기술이 지금의 한국 원전 기술을 만들었고, 이를 다시 외국에 수출하는 것은 정말 고무적인 일”이라고 했다.

이르면 이달 중 공개될 11차 전력수급계획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11차 계획에는 신규 원전 건설 등 원전 확대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최근 총선에서 원전보다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주장하는 야당이 다수 의석을 확보하면서,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유 대표는 “원전 선진국인 미국, 러시아, 일본도 겪은 원전 사고가 우리나라에는 없었는데, 이는 우연이 아니라 한국 과학 덕분이다. 원전이 더 이상 정쟁의 대상으로 소모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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